Sister Squad를 책으로 만들기로 결정한 뒤 가장 오래 고민한 것은 이야기를 쓰는 일이 아니라 두 주인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습니다. 글 속에서 율이와 정이는 이미 분명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독자가 그림을 보는 순간에도 그 성격을 느낄 수 있어야 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실제 두 딸에게서 출발했기 때문에, 단순히 예쁜 캐릭터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큰딸 율이는 활발하고 영리하며 자기 의견이 분명한 아이입니다. 반대로 정이는 귀엽고 배려심이 많지만 새로운 상황에서는 조금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저는 이 차이를 먼저 글로 정리했습니다. 머리 모양이나 옷보다 먼저 성격, 말투, 행동 방식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리해 놓으니 캐릭터 디자인의 기준도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율이는 화면에서 조금 더 당당하고 역동적으로 보이는 자세가 어울렸고, 정이는 표정과 작은 행동에서 감정이 드러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결국 캐릭터 디자인은 그림 한 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야기 속 인물을 시각적인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이었습니다.
| 구분 | 율이 | 정이 |
|---|---|---|
| 기본 성격 | 활발함 · 영리함 · 자신감 | 배려심 · 차분함 · 조심스러움 |
| 디자인 방향 | 역동적인 자세와 선명한 표정 | 부드러운 표정과 섬세한 제스처 |
| 중요한 기준 | 언니다운 주도성 | 동생다운 따뜻함 |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사용하면서 처음에는 한 장의 멋진 그림이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책을 만들기 시작하자 문제가 보였습니다. 같은 인물을 여러 번 생성하면 머리카락, 얼굴형, 옷의 세부 요소, 눈매와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한 장만 보면 자연스러운데 여러 장을 나란히 놓으면 서로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프롬프트를 매번 새로 쓰기보다 캐릭터의 고정 요소를 먼저 정리했습니다. 이름, 나이대, 헤어스타일, 옷의 특징, 색감, 성격과 장면의 역할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고, 장면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요소와 바뀌면 안 되는 요소를 구분했습니다.
AI 작업의 장점은 빠르게 여러 시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만큼 선택해야 할 결과도 많아집니다. 처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생성하고, 어느 부분이 어색한지 찾아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다시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부분적으로 좋은 그림이었습니다. 얼굴은 마음에 드는데 손이 이상하거나, 캐릭터는 좋은데 배경이 이야기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전체 분위기는 훌륭하지만 율이와 정이의 관계가 느껴지지 않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장 예쁜 그림'보다 '이 장면의 목적을 가장 잘 전달하는 그림'을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두 딸이 단순한 영감의 원천을 넘어 실제 독자이자 검수자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괜찮은 그림도 아이들이 보면 바로 다른 부분을 찾아냈습니다. “이건 율이 같지 않아”, “정이가 이렇게 웃지는 않을 것 같아” 같은 반응이 오면 다시 그림을 살펴봤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제가 놓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캐릭터는 작가가 설명하는 대상이 아니라 독자가 알아보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특히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라면 외형의 완성도보다 그 사람다운 느낌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의 문장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면을 하나씩 배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좋은 삽화는 글에 적힌 내용을 다시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에 없는 감정과 공간을 추가로 보여줘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두 자매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대사의 내용만큼 서로의 거리, 시선, 자세가 중요했습니다. 모험 장면에서는 배경의 크기와 캐릭터의 위치가 위험이나 기대감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삽화를 만들 때마다 “이 그림이 없으면 독자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질문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AI와 사람의 역할을 조금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AI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시각적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강했습니다. 반면 어떤 그림이 작품의 방향과 맞는지, 캐릭터의 성격이 제대로 살아 있는지, 장면이 이야기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AI를 '자동으로 그림을 완성해주는 도구'라기보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하고 여러 가능성을 실험하게 해주는 창작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선택하고 수정하고 버리는 과정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일관성이 곧 개성이라는 사실입니다. 멋진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같은 캐릭터를 여러 장면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일관성을 만드는 기준은 거창한 기술보다 작은 기록에서 시작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글로 적고, 외형의 기준을 정하고, 장면마다 필요한 감정을 메모하고, 결과물을 서로 비교했습니다. 이런 기록이 쌓이면서 Sister Squad의 율이와 정이가 단순한 AI 이미지가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Sister Squad가 특별한 이유는 완벽한 이미지 기술 때문이 아닙니다. 처음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부터 캐릭터를 만들고, 그림을 고르고,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그 중심에 두 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언젠가는 지금의 모습과 생각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단순한 콘텐츠 하나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빠가 두 딸과 함께 보낸 시간을 창작물이라는 형태로 남겨놓은 기록에 가깝습니다. AI는 그 기억을 표현하는 새로운 도구였고, 이야기를 실제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율이와 정이의 모습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니 그때부터 Sister Squad의 세계가 조금씩 실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만 존재하던 두 아이가 그림 속에서 웃고, 걷고, 놀라고, 서로를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창작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음악과 영상, 게임처럼 서로 다른 매체로 세계를 확장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의 Creative Archive도 바로 그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AI가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이미지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이야기가 두 딸과 함께 만든 작은 세계였습니다. — Chris LEE.PA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