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내 생업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침이면 출근하고 회사에서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는 두 딸의 아빠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평범한 하루가 먼저다.
그런데 하루가 거의 끝났을 때 나는 다시 휴대폰을 꺼낸다. 어떤 날에는 가사를 고치고, 어떤 날에는 이야기를 쓰고, 어떤 날에는 음악을 듣거나 영상의 다음 장면을 정리한다. 내가 창작을 시작하는 시간은 거창한 ‘작업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아니라, 남은 몇 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에 더 가깝다.
내게는 처음부터 멋진 작업실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커다란 모니터와 전문 장비를 갖춘 공간도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도구부터 활용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은 휴대폰이고, 필요한 작업은 그때그때 가능한 범위에서 나눠서 했다.
출퇴근길에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거나 이미 만든 내용을 읽어본다. 집에서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조금 더 집중해야 하는 작업을 한다. 짧은 시간에는 문장 하나를 고치고, 여유가 있는 날에는 한 곡이나 한 장면처럼 조금 큰 단위의 작업을 한다.
직장과 가족이 있는 상태에서는 하루에 몇 시간씩 창작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충분한 시간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면 시작 자체가 늦어졌다.
그래서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작은 단위로 쪼개는 방식으로 바꿨다. 10분이면 메모 하나를 정리하고, 20분이면 가사를 다듬고, 조금 더 긴 시간이 생기면 한 번에 여러 작업을 연결한다. 중요한 것은 매일 거창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 확보한 시간 | 내가 하기 좋은 작업 | 목표 |
|---|---|---|
| 10분 안팎 | 아이디어 메모 · 문장 수정 | 생각을 잃지 않기 |
| 20~40분 | 가사 · 스토리 · 프롬프트 수정 | 작품의 한 부분 완성 |
| 1시간 이상 | 음악 · 영상 · 페이지 제작과 검토 | 여러 작업을 연결해 진도 내기 |
음악도 만들고, 책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고, 웹사이트도 만들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하고 싶은 것이 많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끝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보다 ‘진행 중인 것을 하나씩 끝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바로 프로젝트를 추가하기보다 메모해 두고, 현재 작업의 한 단계를 끝낸 뒤 다시 꺼내본다.
AI를 사용하기 전에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실제 결과물로 옮기는 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음악을 만들려면 작곡과 편곡을, 이미지를 만들려면 그림과 디자인을, 영상을 만들려면 촬영과 편집을 각각 공부해야 했다.
AI는 이 진입 장벽을 낮춰주었다. 나는 실제로 Suno 같은 AI 음악 도구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고, 이미지·영상 제작 과정에서도 AI를 사용한다. 하지만 AI가 작품의 방향을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어떤 결과를 남길 것인지, 무엇을 버릴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오히려 AI를 사용하면서 검토하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여러 결과가 빠르게 나오기 때문에 모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결과를 고르고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에게 AI는 ‘자동 완성 버튼’보다 혼자서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로 시험해 보는 창작 도구에 가까웠다.
창작을 계속하고 싶다고 해서 가족과의 시간을 줄이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지도 더 분명해졌다. Sister Squad 역시 두 딸을 바라보며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창작은 가족을 밀어내고 확보하는 시간이 아니라 가족과 일상을 지킨 뒤 남은 시간에서 이어가는 활동이 되었다. 시간이 적어서 답답한 날도 있지만, 그 제한이 오히려 내가 무엇을 정말 만들고 싶은지 선택하게 해주기도 했다.
첫째,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기록한다. 완성된 문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둘째, 짧은 시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따로 만든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작업 전체를 멈추지 않는다.
셋째, 한 번에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새 아이디어는 기록하고 현재 작업을 먼저 끝낸다.
넷째, AI 결과를 그대로 작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선택하고, 비교하고, 수정하는 사람의 판단을 남긴다.
다섯째, 완성한 결과를 실제로 공개한다. 책이면 출판하고, 음악이면 배포하고, 웹 프로젝트라면 실제 사이트에 올린다. 공개해야 다음 개선점도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평범한 직장인이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출근한다. 퇴근하면 다시 두 딸의 아빠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다. 그 삶을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삶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내 작업실은 때로는 지하철이고, 때로는 침대 위이며, 내 휴대폰은 어떤 날에는 노트가 되고 어떤 날에는 음악 작업실이 되고 어떤 날에는 편집 화면이 된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조금 만들고, 내일 다시 이어가면 된다.
돌아보면 지금의 Creative Archive도 그렇게 조금씩 쌓인 결과다. 한 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음악, 책, 영상, 성경 프로젝트, 게임과 웹사이트를 하나씩 만들어 실제 결과물로 남기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아마 이것이 내가 창작을 계속하는 방법일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작은 단위를 찾으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결과가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나는 계속 직접 확인하고 있다.